준비 단계
토론의 핵심 요소토론은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흔히 ‘서로 의논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의논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논은 어디까지나 의논일
뿐 토론은 아니다.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과 논리이다.
토론은 냉정하고 과학적이다. 인정을 앞세우는 한국적 정서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부분이 분명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한국적 정서만 앞세워 우리의 주장을
내세우기는 어렵다. 세계 무대에서는 사전 교섭과 같은 비공개적인 방식은 잘 통하지 않는다. 모든 외교적 협상은 토론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상대방 앞에서 웃는
얼굴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것이 예의인 줄로 알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이제 우리도 당당하게
토론으로 맞설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건전한 논쟁을 즐길 줄 아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예전 우리 선조들도 정치, 사회 현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원나라나 청나라의 침공에
대해 척화를 할 것인가, 화친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왕후의
상복 기간을 놓고 시작된 ‘예법’에 대한 토론은 정국을 흔들었던
일대 사건이었다. 더욱이 이기일원론(理氣-元論)과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대한 논쟁은 성리학에 대한 사상적 체계를 갖추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선조들의 토론 자세는 지금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의 세계는 토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미 문화권의 나라들은 토론 왕국이라고 할 만하다. 1265년에
개원한 영국 의회는 토론으로 민주주의의 터를 닦았다.
18세기 이래 영국의 의회 토론은 근대 토론의
규범이 되었다. 미국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토론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대학생 토론 대회를 해마다 개최하여 이른바 ‘아카데미식 토론’ 의 형식을 정착시켰다.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토론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토론에 대한 방법과 기법들을 서구에 소개하며, 이를 서구의 개념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일본은 1960년대 이래로 대학생 토론 대회 수상자들을 매년 미국과
유럽에 보내 그곳의 대학생들과 토론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토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다원화된 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다양성으로부터 야기되는 갈등을 극복하고, 그 다양성을 통합된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요구된다.
그
대안이 바로 토론인 것이다.
출처: 한양대학교 교양국어교육위원회, 『말이 힘이다』, 한양대학교 출판부, 2017, 203쪽.